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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웃음의 대학


연극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자주 보지도 않지만.

왠지 문화인이 되고 싶은 생각에- 가끔 아주 가끔씩 인터넷을

뒤지고 지불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한 공연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 보니

이미 좋은 자리는 거의 없고, 그저 그런 자리에 앉아 보기 일쑤..

이번 연극도 그렇게 보게 되었다.

 

웃음의 대학. 나의 상황과 가족들의 시선으로부터 전만큼의 웃음이 남아 있지 않은 요즘.

제목부터 나를 끌어 당기었고, 거기에 '황정민' 이라는 이름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 황정민씨 택배아저씨 전화받고... - 연극의 기대감을 200프로 높여준- ]

 

리고 관람한 연극..

 

(※ 이후의 글에는 연극에 대한 내용이 누설 돼 있으니

          혹여나 관람하지 아니한 앞으로 볼 분들은 읽지 아니함이......)

 

전시라는 웃음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웃음을 위한 희극 작가와 그리고 그 웃음을 삭제하려는 검열관.

이미 충분한 갈등을 연극 밑바닥에 깔고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웃음이란 키워드만 머리속에 가득채워서 간 나는 사실 초반 얼마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열관의 호통과 힘없는 희극작가.. 사회적 강자여서 검열관의 입장이면 모를까 희극작가에

더 친밀감이 느껴지면서- 답답함 뿐..
 


 
  [ 작가의 대본을 지적하는 검열관 - 뒤에 달력을 보니 아마 첫 날. 나였다면 저 달력이

                                             하나 더 넘어가기 전에 대본 던지고 나왔을 듯 싶지만....]

 

하지만 억압속에 답답함을 느끼는 나와는 달리
 
희극작가인 황정민은 오히려 묵묵히 그리고 더욱 자신의 신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밀고 나간다.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희극을 쓴다.' - 이 목표만을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요구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비록 웃음을 주려고 하는 대상인 관객들 조차 자신의 줏대 없는(검열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욕하더라도.
 
(※ 사실 그 요구를 받아들이는 이유 조차 '웃음'이었다는 것.)

 

그리고 진실은 통한다. 어느덧 검열관도 그의 목표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욕하는 관객(극중에의 관객, 동숭아트홀에 온 관객 말고..)조차 그의 작품만은 좋아한다.

그리고 나도 그 지칠줄 모르고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을 어느새 응원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진짜 웃을 수 있었는지도-

 

결국 전시 상황에서의 징집 명령으로 이 연극은 막을 내린다.

희극 작가인 황정민은 극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채..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미 그는 검열관을 감동시켰다.

가장 웃음에서 멀어보이는 사람을 웃게 함으로써 그는 그의 가장 큰 목표를 이룬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검열관의 희극 작가에게 '꼭 살아돌아오라'는 말.

 

징집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의 결말이 결코 허무하게 혹은 절망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검열관과 작가 사이의 책상 - 책상이 마치 휴전선처럼 초기엔 둘을 갈라 놓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는 둘이 책상을 마주하고 '웃음' 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토론한다.]

 

+ 연극을 보면서 황정민씨도 대단했지만 송영창씨도 정말 대단하게 느꼈졌다.

  처음 절대 마음을 열지 않을 것 같던 모습이 점차 부드러워져 나중에 같이 그 희극을 연습하는 모습.

  그 부분이 정말 큰 웃음 주었던 듯. 그리고 그런 자연스런 연기의 흐름 또한 대단했고..^ㅡ^..


  

       [ 검열관 역의 송영창씨.. - 기억나는 대사..~_~ "몇 페이지 였더라...."] 

 

  지금까지 소극장에서만 봐서인지 큰 무대를 봤을 때 두사람으론 왠지 허전함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두 배우의 연기는 큰 무대를 꽉 채우고도 남았다.

  이 연극을 통해 '웃음에 모든 것을 건 남자' - 작가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본 받을 수 있었으면...

 

++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원래 송영창씨가 아닌 문성근씨가 검열관 역을 하게 돼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송영창씨가 하게 된 것이 더 잘 된 거라 생각..:)


+++ 어떤것에 쉽게 빠지는 성격이 아니라 지금까지 연극의 매력을 잘 몰랐던 것인지..
이 연극 이후로 조금씩 연극이 좋아질 것 같다.
배우들은 현실 세계의 이런저런 감정들을 한편의 잘 짜여진 극으로 풀어가고

그 안에서 웃음과 감동-그리고 답이 없는 현실에서 연극의 캐릭터를 보며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그럴듯한 이유들로....


                                                                                                                        - End......                

 

 

                                                                                                     웃음의 대학 with YE♡

                                                                                                                                          동숭아트홀               

                                                                                                    08. 12. 02. 火 pm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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